밥을 퍼먹는 일

감자
2024-10-15

 밥을 퍼 먹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급성 두드러기로 세 끼를 챙겨 먹고 약을 먹어야했다. 한 끼는 빵을, 한 끼는 밥을, 한 끼는 면을 먹었다. 그 중에서도 ‘밥’을 퍼 먹는 것이 오랜만이다. 쌀에 대한 애착이 없다. 매 끼니에 밥은 없어도 된다. 그렇다고 외국 사람처럼 빵이나 면을 주식으로 먹고 싶은건 아니다. 약을 먹기 위한 밥을 챙겨 먹으며 밥에 대한 의혹이 생겼다.


“밥 챙겨 먹어” 라는 말은 사랑의 말이 맞을까? 하는 의혹이다. 굶었다고 하면 무슨 사유로 밥도 못 먹었냐고 안타까워들 한다. 회사를 다닐 때 나는 점심 시간이 싫었다. 우선은 꼴 보기 싫은 사람들과 밥을 먹는것이 싫어서 편의점에서 크림빵이나 보름달빵을 사 왔다. 사람들은 ‘뭐가 급해서 밥도 안 먹냐‘, ’일 잘하려면 밥부터 먹어야 한다.‘ 며 혀를 끌끌 찬다. 그 말들은 걱정의 옷을 입었지만 조금의 비난이 섞여 있다. 밥을 안 먹으니 힘이 없어 일도 못한다는 것이다. 쌀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것은 분명한 오해이다. 나는 그들의 말에 동의하고 싶지 않아서, 더 적극적으로 밥을 먹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의혹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밥 대신 요거트나 과일로 끼니를 챙기고 싶은 사람, 혹은 군것질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밥 챙겨 먹으라는 말이 귀찮은 잔소리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다. 다양한 형태의 끼니를 챙기는 재미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해할지도 모른다. 쌀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도 그렇다. 일일히 밥을 먹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도 애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밥을 퍼 먹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계속 밥 타령하는 사람들을 아는가? 이를테면 끝내야 할 문제들을 제쳐두고 ‘밥이나 먹자’고 하는 사람이나, 상대의 기분은 궁금해하지 않고 ‘밥 줘’ 요구하는 사람, 함께 먹는 밥에 온갖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은, ’밥‘을 멀리 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 놈의 밥 좀 대충 먹으면 안되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나부터 밥을 안 먹을수도 있다.

 이렇게, 밥을 챙겨 먹는동안 쓸데 없는 생각을 했다. 숟가락 가득 밥을 뜨며 ’밥을 먹는 것은 쓸데 있는 일일까?‘ 생각했다. 밥 챙겨 먹으라는 말이 사랑의 말인 것 같냐고 친구에게 물었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모든 말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누가 하든 좋은 말이 궁금하다. 이렇게 그게 좋은 말인지, 안 좋은 말인지 따져봐야 하는 말 말고, 모두를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사랑의 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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